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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엔 세금 세가지가 없다" 韓부자들 이민 많이 가는 나라 [엑시트 코아] (출처: 중앙일보)
작성자
이김컨설팅
작성일
2024-07-18 10:14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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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A이민업체 본사에서 미국 투자이민 설명회가 열렸다. 30ㆍ40대 가족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30여명이 참석했다. 40대 김모씨는 “자녀에게 한국 외 다른 나라 선택지를 주고 싶어서 미국 영주권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주말마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투자이민 설명회가 열린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자 자산이나 자녀 교육 플랫폼을 한국에서 해외로 옮기려는 고액 자산가들의 수요가 되살아나면서다. 원종훈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본부장은 “자산가들은 상속세 등 세금이나 교육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재산뿐 아니라 거주지와 자녀 교육까지 해외로 분산한다”며 “투자 이민도 (만약을 대비한) 제2의 인생보험으로 챙긴다”고 말했다.영국의 투자이민 컨설팅업체인 헨리 앤 파트너스는 올해 한국의 부자 순유출 규모는 약 1200명으로 예상했다. 중국(1만5200명)과 영국(9500명), 인도(4300명) 다음으로 4위다. 지난해 800명으로 7위로 올라섰는데, 올해 순위가 3계단 뛴 셈이다. 유동성 자산 기준 100만 달러(약 13억8000만원) 이상 보유한 자산가가 타국에 6개월 이상 머문 경우가 대상이다.
실제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외전출세 신고자는 26명(신고세액 92억8500만원)으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28명) 수준으로 회복했다. 법인을 운영하는 대주주가 이민 등으로 한국을 떠날 때 보유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납부하는 게 국외전출세다.
“세금 3無 싱가포르, 세계 부자 몰린다”
국내 사업가가 가장 선호하는 행선지는 싱가포르다. 상속ㆍ증여ㆍ배당소득세 등 3대 세금이 없고, 안정적인 치안ㆍ국제적인 교육 환경도 부자들을 끌어들이는 요소다.
한국에서 여러 개의 사업체를 운영했던 K(72)씨도 코로나 직전에 가족과 싱가포르 행을 택한 데는 상속세 영향이 컸다. 그는 “이대로 회사를 물려줬다간 60% 상속세(대주주 할증 포함) 폭탄을 맞을 수 있었다”며 “(자녀들이) 재원 마련으로 회사 주식을 팔면 경영권조차 흔들릴 수 있어 고민 끝에 사업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현재 싱가포르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이모씨는 “싱가포르는 특히 (고액자산가의 재산을 전담 관리ㆍ운용하는 회사인) 패밀리오피스 설립 요건이 까다롭지 않은 데다 세금 면제 혜택 등으로 부자들이 재산을 지키는 동시에 불릴 곳으로 선호한다”고 전했다.
세계 부호들이 싱가포르로 몰리자 싱가포르 정부는 이민 장벽을 높였다. 지난해 3월 영주권을 받는 최소 투자 규모(법인 설립 또는 지분 투자)가 기존 250만 싱가포르 달러(약 25억원)에서 1000만 싱가포르 달러(약 103억원)로 4배 치솟았다. 사업 능력도 따진다. 2억(약 2000만원) 싱가포르 달러의 매출을 올린 사업체를 운영한 경험이 기본적인 자격 요건이다. 싱가포르 정부가 투자이민 성벽을 높게 쌓았지만, 문을 두드리는 사업가는 여전히 많다.
싱가포르 현지에서 이주ㆍ이민 컨설팅을 하는 이영상 이김컨설팅 대표는 “은퇴한 70대 자산가뿐 아니라 40~50대 IT 사업가나 코인 부자 등이 싱가포르 영주권 관련 상담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금융과 교육 인프라를 누리는 틈새 이민처로 입소문 난 곳도 있다. 바로 조호르 해협을 사이에 두고 싱가포르와 마주 한 말레이시아 최남단 조호르바루(Johorbahru)다. 말레이시아 투자ㆍ이민 전문기업인 유원인터내셔널의 조현 대표는 “다리만 지나면 싱가포르 인프라를 누릴 수 있고, 싱가포르 대비 집값이나 물가가 낮아 사업가나 은퇴자, 영어 교육에 관심 많은 학부모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말레이시아가 싱가포르처럼 상속ㆍ증여세가 없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한국에서 패션 회사를 경영했던 이모(72) 회장도 3년 전 은퇴한 이후 매년 석 달 이상은 조호르바루에 머문다. 영주권에 준하는 장기비자(MM2H)를 받은 뒤, 고급 콘도인 R&F 프린세스 코브(약 42평)를 구매했기 때문이다. 그는 “주로 추운 겨울에 한국을 떠나 가족들과 이곳에서 산다”며 “당시 4억원에 산 콘도도 최근에 1억5000만원 이상 올라 투자 측면에서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미국행 문턱 80만 달러로 뛰어도 인기
미국행은 자녀 교육 목적이 크다. 부모 중 한 명이 영주권을 받으면 배우자는 물론 21세 이하의 자녀도 함께 영주권이 발급되기 때문이다. 영어권 국가 가운데 미국 투자이민(EB-5)은 학력과 영어점수, 투자액 등을 깐깐하게 따지는 호주와 캐나다와 달리 간접 투자로 일자리를 만들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022년 투자 이민 최소금액이 기존 50만 달러(약 7억원)에서 80만 달러(약 11억)로 뛰어도 투자이민 수요가 높은 이유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이민 비자를 발급받은 한국인은 446명이다. 코로나 직전인 데다 투자금액 ‘50만 달러 막차’를 타기 위해 수요가 몰렸던 2019년(695명)의 60% 수준으로 회복됐다.
상당수 전문가는 고액자산가가 한국을 빠져나가는 속도가 더 당겨지기 전에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상속ㆍ증여세가 세계 최고 수준인 60%(대주주 할증포함)를 유지한다면 세금 압박을 피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사업가가 늘 수밖에 없다”며 “과도한 상속ㆍ증여세율의 눈높이를 낮추거나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낮추는 등의 실질적인 제도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6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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